임대차보증금을 전세금으로 하는 전세권설정등기가 함께 마쳐져 있다면,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전세권설정등기 말소의무는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인이 목적물을 인도했더라도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거나 말소의무의 이행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그 기간 동안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의 지체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퇴거만으로 모든 반환의무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317조는 전세권이 소멸한 경우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자로부터 목적물의 인도와 전세권설정등기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받는 동시에 전세금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도 임대차계약과 함께 임대차보증금을 전세금으로 하는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친 경우,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전세권설정등기 말소의무가 원칙적으로 동시이행관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에서는 계약 종료일과 실제 퇴거일뿐 아니라 전세권설정등기가 존재하는지, 말소에 필요한 준비가 언제 이루어졌는지, 상대방에게 말소의무를 이행하거나 이행제공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집을 비워주었더라도 지연손해금이 바로 발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다62091 판결은 전세권자가 목적물을 이미 인도한 경우에도,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거나 그 이행을 제공하지 않았다면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금 반환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즉 부동산을 실제로 비워주었다는 사실과 전세권설정등기의 말소의무를 이행했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 실제 말소등기가 완료될 때까지 무조건 지연손해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말소에 필요한 준비를 마치고 적법하게 이행제공을 했다면 그 이후의 지체책임은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지연손해금의 기산점은 보증금 원금 잔액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보증금을 여러 차례에 나누어 반환한 사건에서는 지연손해금이 언제부터 발생했는지가 단순한 이자 계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미 발생한 이자가 있다면 중간 지급금이 먼저 이자에 충당되고 나머지가 원금에 충당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동시이행관계 때문에 아직 임대인이 이행지체에 빠지지 않았다면 먼저 충당할 지연손해금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같은 지급내역을 놓고도 최종적으로 남는 보증금 원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소송에서는 지연손해금의 기산점과 변제충당을 함께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와는 구별해야 합니다
전세권설정등기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는 같은 방식으로 처리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은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에 관하여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의무와 임차인의 임차권등기 말소의무를 동시이행관계로 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등기부에 임차인 명의의 등기가 남아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전세권설정등기인지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인지부터 구별해야 합니다.
관련 기준
민법 제317조
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95062 판결
대법원 2002. 2. 5. 선고 2001다62091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4529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