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궤도 · 제3호 Vol.003
2026년 6월호
대구·경북 제조업에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거래는 일상적입니다. 자동차부품, 금형, 기계금속, 섬유 업종에서는 구두 발주, 이메일 발주, 사후 계약서 작성, 단가 조정, 대금 지급 지연이 관행처럼 반복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 관행은 방어 논리가 아니라 위반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하도급법의 전체 금지행위 지도를 먼저 정리한 뒤, 제조업에서 특히 자주 문제되는 서면 미발급, 부당감액, 대금 지급 지연, 기술자료 관련 의무 위반을 심결례와 판례 중심으로 해부했습니다. 핵심은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가”가 아니라, “법이 요구하는 시점과 방식으로 서면과 자료를 남겼는가”입니다.
| 위반 유형 | 문제되는 장면 | 실무상 확인할 것 |
|---|---|---|
| 서면 미발급 | 작업 시작 전 계약서면을 주지 않은 경우 | 위탁일, 목적물, 납품시기, 대금, 조정절차 등 법정 기재사항 |
| 부당감액 | 이미 정한 대금을 사후에 깎는 경우 | 감액 사유, 기준, 사전 서면, 수급사업자의 실질적 동의 여부 |
| 대금 지급 지연 | 목적물 수령 후 60일을 넘겨 지급하는 경우 | 수령일, 지급일,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지연이자 |
| 기술자료 관련 의무 | 도면·시방서·제조공정 자료를 요구하면서 서면을 갖추지 않은 경우 | 요구 목적, 권리귀속, 대가, 비밀유지계약, 제3자 제공 여부 |
“늦게라도 계약서를 줬다”, “업종 특성상 먼저 서면을 주기 어려웠다”, “상대방도 동의했다”는 항변은 사건에 따라 쉽게 배척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 사건은 거래 실무의 편의보다, 법정 서면과 지급기한의 준수 여부를 먼저 봅니다.
게임, 전자책, 음악, 영화,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계정은 돈을 내고 이용하지만 전통적인 물건처럼 손에 쥐거나 넘겨줄 수 없습니다. 화면에는 “구매”라고 표시되지만, 이용약관을 열어 보면 대부분의 경우 이용자가 취득한 것은 소유권이 아니라 개인적·비독점적·양도 불가능한 이용권입니다.
이번 호의 두 번째 해제는 디지털 재산을 단순한 소비자 불만이 아니라 이용약관, 저작권, 세법, 형법, 상속의 교차점에서 정리했습니다. “돈을 냈는데 왜 내 것이 아니냐”는 질문은 앞으로 게임과 콘텐츠 산업을 넘어, 기업의 데이터 관리와 대표자의 사망 이후 계정 승계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월간 궤도 제3호 섹션 2 결어
변호사 논평
디지털 재산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권리의 언어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기업은 계정과 데이터의 접근권을 내부 규정으로 남겨야 하고, 개인은 상속과 비상 접근 절차를 미리 설계해야 합니다. 디지털 재산은 “있는가”보다 “누가 접근할 수 있는가”가 먼저 문제가 됩니다.
대법원 2025. 7. 24. 선고 2023다240299 전원합의체 판결
소멸시효 완성 후 일부 변제, 전액 채무 승인으로 볼 수 있는가
종전 실무에서는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된 뒤 일부를 변제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나머지 채무 전체에 대해서도 시효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추정하는 흐름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일부 변제만으로 곧바로 전액 채무 승인을 인정할 수 없고, 채무자의 인식과 의사, 변제 경위, 잔액 확인의 존재 등을 더 엄격하게 보아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실무 함의: 오래된 채권을 추심하는 쪽은 일부 변제만 믿어서는 부족하고, 잔액 확인서와 채무 승인 문구를 분명히 남겨야 합니다. 반대로 채무자 입장에서는 일부 송금이 전체 채무 부활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방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헌법재판소 2024. 4. 25. 결정 및 2026년 민법 개정
유류분 제도 개정과 가업 승계에서의 지분 분산 리스크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처분 자유를 제한하여 일정 범위의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가업 승계에서는 후계자에게 회사 주식을 집중적으로 이전한 뒤, 다른 상속인이 유류분 반환을 청구하면서 회사 지분이 쪼개지는 문제가 반복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개정 민법은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기여분 반영, 가액반환 중심의 정산 구조를 통해 이 문제를 조정했습니다. 특히 가액반환으로의 전환은 회사 주식 자체를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금전 정산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혔습니다.
실무 함의: 가업 승계는 세금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후계자의 기여, 부양 내역, 주식 증여 경위, 다른 상속인과의 정산 가능성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제2호의 가업상속공제 해제와 함께 읽으면 승계 구조가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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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솔 변호사가 직접 검토합니다.
변호사 논평
하도급법 리스크는 분쟁이 터진 뒤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발주서가 언제 나갔는지, 계약서에 어떤 항목이 빠졌는지, 감액 사유를 어떻게 남겼는지, 대금을 며칠 늦게 지급했는지가 쌓여 사건의 결론을 만듭니다. 제조업체의 방어는 조사 단계가 아니라 계약서와 거래명세서 단계에서 시작됩니다.